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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po00

너는 누구냐?

#00(프롤로그). -오빠. 지금 시각은 대충 새벽 3시 쯤. 이런 한밤중에 나를 부를 놈은 없다. 그리고 나를 오빠라고 부르는 녀석은 더더욱 없고, 또한 내가 지금 있는 곳은 나만의 휴식처. 들어올 수 있는 녀석은 한 명도 없다. -오빠. 지금 나는 자는 중이다. 따라서 이 소리는 환청이 분명하다. -오빠? 아니, 꿈이야! 이건 무슨 꿈이냐? 자각몽自刻夢이라는 본인이 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꾸는 그건가? 아아, 요즘 꿈을 자주 꾸는 것 같군. -오빠? 이건 꿈이 아니야? 이 무슨 퀼리티 높은 꿈이냐. 꿈이라는 것을 그 등장인물도 알고 있어! -오빠! 이제 그만 대답해주면 안 돼? 어제처럼 장난치지 않을게. 무시하지 말아주세요! “알면 그만 하라고!” -드디어 대답했다! “윽!” 대답하고 말았다. 젠장! 내 눈 앞, 그곳엔 아무것도 없다. 조금 좋지 못한 꿈을 꾼 것 뿐 이야. 아아, 새벽에 이게 무슨 꼴이냐. 잠이나 계속 자자. 그래. 양을 새 보자. 그거 누가 효과 있다고 하니까. -오빠! “후우!” 한숨. 그리고 포기. “오늘은 또 뭐야 ‘귀신’씨?” -비산이라고 해주세요. “비산?” - 도울 비毘에 낳다 산産. 박 비산이라고 해요. “도움을 낳다? 이름이 멋지네.” 내 이름은 상공想空. 생각 상에 비울 공. 이 무슨 흐리멍텅한 이름이란 말인가! -앞으론 그렇게 불러 주세요. “싫어.” -어째서? “앞으로 볼 일이 없으니까. 집을 나가 줬으면 합니다.”

hipo00

비투인 더 갓

“하암…….” 느긋한 하품소리와 함께 사람의 인영이 몸을 일으킨다. 아담하다고 할 수 있는 방에는 달빛과 함께 새의 지저귐 소리가 들러오고 있었다. “지금이……. 내가 얼마나 잔거지?” 붉은 머릿결이 다소 물결과 같이 웨이브 져 있었고, 약간 눌린 자국이 있는 것을 느낀 그녀는 옆에 있는 탁자 위에서 빗을 집어 들어 그것을 손질한다. “흐아암…….” 빗질을 마친 그녀는 기지개를 켠다. 늘씬한 하품소리가 함께한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을 향하기 시작한다. “이럴 땐 레드인 게 후회된단 말이지. 블루 녀석들은 물의 정령으로 단숨에 씻는데 말이야. 하긴, 나도 마법으로 하면 되는 건가? 물론 온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녀가 궁시렁거리며 몇 걸음 더 걷자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욕실이라 이름 붙여진 그곳의 크기는 상당히 컸다. 집 한 체 분의 땅이 약간 파여 있고, 그곳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온천수가 자리하고 있었다. 지붕은 열고 닫을 수 있게 설계되어 있었고, 지금은 열려져 있었다. 한밤중인 듯 하늘은 검었고, 그 위에는 가지각색의 별들이 서로를 뽐내고 있었다. 그중에는 달들도 있었다. ‘베란트’와 ‘세일비안’이라고 부르는 이 달들은 술래잡기를 하고 있었다. 스르륵. 붉은 머리칼의 여인은 위에 걸치고 있던 가운을 벗고 온천에 들어갔다. 그녀의 외관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붉은 머리칼과 붉은 눈동자, 붉은 눈썹. 하나의 조각인 듯 깔끔한 얼굴. 어디하나 모공 하나 찾을 수 없는 피부와 봉긋하게 올라와 존재를 드러내는 가슴의 비율, 잘 빠진 다리까지. 어디하나 흠잡을 곳 없었다. 그녀는 하늘에 떠있는 두 개의 위성을 바라보았다. 그것들의 모양은 약간 일그러진 원형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내일이지!” 그녀는 흥분된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내일은 보름, 두 개의 달이 만개한 채로 태양을 가려주는 개기일식의 날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세일리어스. 드래곤들의 최고 권위자 로드의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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