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글자까
드래곤의 아바타
“나와라. 제노마리크.”
애검을 부르니 오른손에 곧 환한 마법진이 생겨나며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순간 귓가로 어디선가 날아온 암흑의 강기가 지나며 핏물이 튀었다.
하늘은 어둡고, 소름끼치는 구름이 연신 거친 숨소리를 내뿜으며 번개를 지상으로 내려 꽂는다.
제노마리크를 들어 전방으로 밀어내자 빛을 버금은 푸른 마력이 폭풍처럼 쏟아졌다. 일직선으로 곧은 길이 생기듯 온갖 마물들이 폭죽처럼 터져나간다.
저 멀리 마지막 보스를 향해 뛰쳐나가는 나를 향해, 검 또한 깊게 공명하며 푸른 강기를 넘실넘실 주변으로 뿌려댔다.
약한 마물들은 그런 강기의 춤에 스치기만 해도 터져나가며 사라졌다.
목표가 있는 저 멀리에서 나를 향해 지독한 살기가 뻗어왔다. 심장의 박동까지 순간 멈칫 거릴 정도의 진득한 살기였다.
놈의 살기에 살짝 자세가 흔들리며 틈이 벌어졌다. 곧 놈이 토해낸 강기가 마치 빛살처럼 가르고 날아와 나의 몸을 덮쳤다.
"크윽! 스파이더 가드!"
반사적으로 호신강기를 몸에 퍼트려 막아보았지만 마력의 질적 차이에 나 조차도 힘의 균형에 깨져나가며 수 십여 미터를 떠밀려 나갔다.
쿠당탕-!
"칵! 퉤! 새끼. 좀 반항하네.“
입안에 들어온 돌을 뱉어내며 애검을 들고 일어서자, 다시 나를 향해 수십 가락의 검은 강기가 쏟아진다. 몸을 틀어 피해내자 또 다시 몬스터들의 칼과 도끼가 머리를 향해 이어졌다. 팔을 들어 막아내며 자리를 피했다.
주변을 살펴보니 놈이 소환한 잡몹들이 바글 바글 했다. 이럴 때에는 통하는 애검이 있었다.
”나와라. 스파이럴 소드.“
애검 제노마리크가 사라지며, 다시 손에 검은 검날의 검이 주변의 마력을 집어 삼키며 모습을 들어냈다.
-드드드
땅이 울리며 주변의 공간이 무겁게 가라앉자 왜곡장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신화급의 마검 ‘스파이럴 소드’의 소환 효과였다.
레벨의 끝을 찍고 있는 나조차도 버거울 정도의 존재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번 소환의 최종장. 마지막 최종 보스 ‘살라프’를 향해 내 모든 마력을 검에 담았다.
‘레벨 999의 마력과…’
‘투신의 마력 증가 효과를 추가하고…’
‘업적 효과를 추가하며…’
‘마지막 나의 칭호 효과를 더 한다…’
검에서 무시무시한 마력이 지상과 땅을 두드려댔다.
바닥에 부서졌던 콘크리트가 허공으로 치솟으며, 하늘을 향해 번개가 쉴 세 없이 쏘아졌다.
-파직 파지직!!
들고 있기도 버거운 상태였지만, 두 손으로 검잡이를 부여잡고 놈을 쏘아보았다.
”으아아-!“
이내 고함을 내지르며 발을 박차자 후풍풍이 일어나며 몸이 포탄처럼 쏘아져 나갔다. 파충류처럼 생긴 놈의 눈빛에 당혹감이 생겨나며 급하게 8급 방어마법 ‘엡솔루트 쉴드’를 만들어 방어하지만 이내 스파이럴 소드가 방어막을 뚫고 놈의 심장을 총알처럼 꿰뚫었다. 놀란 놈의 눈이 보였다.
”크어허엉!“
곧 놈이 마지막처럼 고통에 찬 울음을 토해냈다. 놈의 등 뒤로 핏물이 폭포처럼 솟구치며 마력이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부들부들 몸을 떠는 놈의 심장에서 검을 빼내자, 이내 축 늘어지며 거대한 몸통이 넘어가는 것이 보였다.
“아후. 정말 빡쌨네.”
나는 힘겹게 숨을 토하듯 내쉬며, 퀘스트가 끝났다는 메시지를 기다려 보았다. 그러나 한 참을 기다려도 나오질 않고 있었다.
”뭐야? 이거 왜 퀘스트 종료 안 떠?“
시야 끝에서 메뉴 아이콘에 시선을 두고 두 눈을 깜빡여 메뉴를 활성화하여 확인하니 게임은 이상이 없어 보였다. 당황스러움에 멍하니 서 있는데,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헌터님. 코어 추출 하실 거죠? 저는 명화실업 현장매니저 이혁우라고 합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헌터님!“
나는 그가 내민 명함을 보며 혼란에 빠져들었다.
‘이거 게임 속 아닌가?’
대체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
혼란함이 늘어나며 내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 들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무슨 협회라고 말하며, 누군가는 회사 명함을 나에게 내밀었다.
주변에 나를 선망의 눈동자로 바라보던 사람들이 갑자기 함성을 지르며 환호하기 시작 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