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교만따앙
왕실 호스트 단
"프릴 구운~"
"뭐, 뭡니까! 그 기분 나쁜 미소는!"
"흐흥~ 글쎄요? 뭘까나~"
화창한 봄날. 내가 이 왕궁에 들어온 지도 어언 2달이 다 되간다. 그간 참 많은 일들이 있었지.
내 정조에 위험을 느끼기도 하고 세이른 경을 만나기도 하고…….
"무슨 생각 하나요?"
"……."
이 인간을 만나는 최악의 사태가 있기도 했었지. 암만 생각해봐도 이 인간을 만난 것은 내 인생에 있어서 최악의 사건이자 최악의 기억이다.
이 인간을 만난 뒤로부터는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게 몸이 마구 뻐근 하달까아…….
분명 이 녀석이 내뿜는 독전파가 내 침실로 침투해…….
"뭘 그렇게 중얼 거리고 있는 건가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건 그렇고 무슨 일인가요?"
"무슨 일이긴요. 당연히 지명이죠."
"서, 설마 이번에도 위험하지는 않겠죠?"
"……설마요."
"자, 잠깐! 방금 앞의 그 망설임은 뭐야!"
지명. 그것은 S모 소설에서 나온 것과 같이 우리의 성스러운 임무를 가리키는 말이 절대로 아니다. 여기서 지명은 그냥 술집 같은 데에서 호스트나 호스티스를 부를 때 주로 사용하는 지명과 같은 아주 단순한 것이다.
지금 나는 왕궁 내에 있는 어느 귀부인의 지명을 받아 그 귀부인에게 차를 대접하며 상대(?)를 해주러 가야만 한다.
그 대가로 지명료와 팁을 받아 돈벌이가 되기는 하지만 애초에 난 기사가 꿈이었다.
뭐, 그게 어찌됐건 지금 난 말 그대로 호스트라는 것이다. 그것도 왕궁 내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이 왕실 호스트 단 소속의 호스트 말이다.
"절대로 위험하지 않답니다."
"분명 지난번에도 그렇게 말했었어!"
"저번엔 제스군의 지명과 잠시 헷갈렸었어요."
"제스는 또 누구야!! 도대체가 당신이 말하는 것은 전부 신용할 수가 없어!"
지금 내 속을 박박 긁고 있는 이 미남자의 정체는 바로 여기, 왕실 호스트 단의 단장인 제노스 크로아틴이다.
요 근래 총으로 쏴버리고 싶은 녀석 Top10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인간이다. 저번 지명에서 얼마나 끔찍한 일을 당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몸서리가 쳐진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난 제노스에게서 지명을 받아 왕실에 방문하신 젊은 귀부인을 만나 뵈러 갔었다. 아주 상냥하고 순수하신 분이었다.
다른 귀부인들처럼 노골적으로 내 엉덩이를 탐하지도 않고 '오늘밤 우리 집으로 애프터서비스 올 수 있어?' 라며 어찌 보면 음흉하다 할 수 있는 말도 하지 않고 말이다.
하지만 여자의 변신은 눈 깜짝할 새에 일어났다. 지명시간이 다 되서 일어나려하는 순간 그녀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갑자기 내 손목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게 아닌가! 난 순간 당황하여 그녀를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이,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라고 했다.
하지만 그것이 화근이었다. 나의 당황한 모습이 그녀에게 모에를 불러일으킨 모양인지 그녀의 눈빛이 십자모양의 불빛처럼 번뜩이며 날 잡아먹을 기세로 내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그때의 나는 그야말로 사면초가, 풍전등화, 고양이 앞의 생쥐 꼴이었다. 난 급습해 오는 엄청난 불안감에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몸을 돌려 그 방을 잽싸게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가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의 속력을 내서 도주를 하기 시작했다.
그 때, '난 이제 살았구나!' 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건 너무나도 섣부른 판단이었다.
그 젊은 귀부인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그 불편한 하이힐을 신고서도 나와 비등한 속도로 달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이힐의 또각또각 거리는 소리가 뒤에서 1초도 안 되는 딜레이로 마구 들려오는 그 엄청난 공포감.
하지만 그 순간 나는 암흑의 구렁텅이에서 한줄기 빛을 볼 수가 있었다. 저 멀리 세이른 경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난 '살려줘요 세이른 경!' 이라고 소리를 치며 세이른 경을 향해 라스트 스퍼트를 냈다.
아! 세이른 경이 누구냐고? 그건 곧 있으면 밝혀질 테니 조급해 하지 마라.
어쨌든 세이른 경에 의해서 난 구원받을 수 있었고 곧장 호스트 단으로 돌아와 소파에 누워 쿠키를 먹고 있던 제노스에게 드롭킥을 먹여주었다.
그런 안 좋은 기억을 가지게 되어서 이젠 지명이 조금씩 겁나기 시작한 것이다.
"자자! 걱정하지 마시고 다녀오세요~"
"끄응……."
하지만 호스트 단의 단원인 이상 손님의 지명을 거역할 수 없었기에 난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호스트 단을 나섰다.
내가 이런 곳에 들어오게 된 이유가 뭔지 궁금한가? 궁금하지 않아도 들어라. 그러니까…… 아! 거기서 부터 말하면 되겠군!
그러니까 때는 두 달 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