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지금 시각은 대충 새벽 3시 쯤. 이런 한밤중에 나를 부를 놈은 없다. 그리고 나를 오빠라고 부르는 녀석은 더더욱 없고, 또한 내가 지금 있는 곳은 나만의 휴식처. 들어올 수 있는 녀석은 한 명도 없다.
-오빠.
지금 나는 자는 중이다. 따라서 이 소리는 환청이 분명하다.
-오빠?
아니, 꿈이야! 이건 무슨 꿈이냐? 자각몽自刻夢이라는 본인이 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꾸는 그건가? 아아, 요즘 꿈을 자주 꾸는 것 같군.
-오빠? 이건 꿈이 아니야?
이 무슨 퀼리티 높은 꿈이냐. 꿈이라는 것을 그 등장인물도 알고 있어!
-오빠! 이제 그만 대답해주면 안 돼? 어제처럼 장난치지 않을게. 무시하지 말아주세요!
“알면 그만 하라고!”
-드디어 대답했다!
“윽!”
대답하고 말았다. 젠장!
내 눈 앞, 그곳엔 아무것도 없다.
조금 좋지 못한 꿈을 꾼 것 뿐 이야. 아아, 새벽에 이게 무슨 꼴이냐. 잠이나 계속 자자. 그래. 양을 새 보자. 그거 누가 효과 있다고 하니까.
-오빠!
“후우!”
한숨. 그리고 포기.
“오늘은 또 뭐야 ‘귀신’씨?”
-비산이라고 해주세요.
“비산?”
- 도울 비毘에 낳다 산産. 박 비산이라고 해요.
“도움을 낳다? 이름이 멋지네.”
내 이름은 상공想空. 생각 상에 비울 공. 이 무슨 흐리멍텅한 이름이란 말인가!
-앞으론 그렇게 불러 주세요.
“싫어.”
-어째서?
“앞으로 볼 일이 없으니까. 집을 나가 줬으면 합니다.”